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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재판은 어떤 일이 일어났고 누가 행위를 했느냐를 따지지만, 나바호의 화해 과정은 그 사건의 결과를 따진다. 누가 상처를 받았느냐? 피해자는 그 사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제까지의 세계, 제러드 다이아몬드, p154]


미셸 푸코, 움베르토 에코 마찬가지로 이름에서 괜스레 멋스러움이 풍겨나오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최신작.


우리는 아마존, 아프리카 등지에 사는 원시부족 - 이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인지는 자신이 없다 - 의 모습을 그저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문명의 진보가 단선적이지 않음을 말하지만 현대문명을 이룬 우리가 그들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을 내재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제까지의 세계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5-0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대연구 3부작 완결편!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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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교수는 책 전반에 걸쳐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사는 부족사회의 모습을 묘사한다. 우리가 보기에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그 사회가 실제로는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고민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현대국가에선 구성원들간 분쟁이 일어났을 때 이해당사자들의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힘쓴다. “재판에서 국가의 최우선 관심사는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다.” “근원적인 사건과 그로 인한 소송 과정은 양쪽 모두에게 감정의 앙금을 남기지만, 국가는 그런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감정의 회복이 중요하다. 수백만이 모여사는 도시에서 분쟁 당사자들은 생면부지의 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족사회에서 분쟁을 겪는 상대는 평생을 마주하며 살아온 사람이고 앞으로도 다시 평생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들에겐 분쟁의 해결, 그 뒤에 남는 감정의 앙금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의 해결책은 시가닝 오래 걸린다.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피해액에 따라 보상하지 않고 감정에 상처를 입은 만큼 보상한다. 때로는 관계의 회복을 위해 피해자가 보상하기도 한다. 분쟁의 해결을 위해 온 부족이 참여한다.


분명히 얽히고 설켜 ‘남’들과 살아가는 여기 남양주에서 저렇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가족의 문제까지 법정으로 가져가서야 해결을 보고, 재판이 끝나고 나면 평생을 원수로 지내는 우리와 저들을 비교해보면 저렇게 살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은 해봐야지 않을까.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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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대학교 초년 시절, '호숫가 살인사건'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게이고의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건 '용의자 x의 헌신'란 영화를 본 뒤다. 추리물에서 트릭이란 작품의 중추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추리물들이 독특한 트릭을 만드는 데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용의자 x의 헌신은 그 트릭에 주인공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주인공이 만들어 낸 트릭에서 그의 사랑, 외로움, 간절함이 느껴졌다.


연달아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보니 그의 특징이 더 명료하게 보였다. 그의 소설은 분명히 추리소설로 분류되지만, 게이고의 소설은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야기 뒤에 숨겨진 트릭, 비밀은 이야기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보통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극 초반에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들을 인터뷰 해나가고, 단서들을 조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트릭과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힌트들을 제공한다. 게이고의 소설은 다르다. 게이고의 소설은 분명히 추리물이지만 추리에 머리를 쓰기보다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오히려 극 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기도 한다(악의, 성녀의 구제). 아예 트릭까지도 알려준다(악의). 하지만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이 누그러지는 일은 없다.  게이고의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게이고는 범인과 트릭을 알려주는 대신 '동기'를 숨겨 둔다. '성녀의 구제'는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기도 전에 범인이 밝혀진다. 정확한 트릭은 이야기의 끝에 가서야 밝혀지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충분히 짐작을 하고 남음이 있다. 왜 범인은 저런 트릭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가. 어떻게 그는 범행의 동기를 갖게 되었는가. '악의' 역시 마찬가지다. 범인은 몇 가지 트릭을 쓰지만 경찰은 어렵지 않게 그를 잡아 낸다. 하지만 남아 있는 찝찝함... 이야기의 대부분은 경찰이 범인의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벽거리에서'는 끝까지 범인과 트릭을 숨겨 둔다. 그러나 역시 이야기의 핵심은 '동기'다. 왜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


세 소설을 비교해 보자면, '성녀의 구제'는 극의 반전이 놀랍다. 게이고의 소설이 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을 읽고 보면 제목이 가슴에 박힌다. '악의'는 게이고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동기에 대한 물음과 추적. 소설의 형식도 두 사람의 수필이 교차 편집되어 있는데,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악의와 거짓말들을 읽어 내는 재미가 있다. '새벽거리에서'는 세 소설들 중에 가장 이야기에 집중한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셋 중 가장 치밀하다. 


 한 동안 책을 손에 서 놓았는데 다시 좀 책을 읽어봐야 겠다 싶을 때, 다시 책에 재미를 붙이려고 할 때, 게이고의 소설은 추천할 만하다. 김전일과 코난의 추리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누가'가 아니라 '왜'를 묻는 추리소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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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서평 / 2013. 12. 3. 21:18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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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빠알간 표지가 눈길을 끄는 책인데 나는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는 얘기다. 문학을 좀처럼 읽지 않는 내가 어쩌다 이 책을 샀느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제목이 특이해서 그랬던 건가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기도 하고. 작가인 김영하씨는 유명한 소설가라고는 알고 있는데 내가 읽어 본 책은 없다. 그러나 소설을 안 읽는 나도 알 정도니 유명한 소설가인 건 맞다.


책의 소재도 참 독특하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는 연쇄살인범이다. 지금은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그런 그가 치매가 걸려 기억을 잃어 간다. 이 책은 그 주인공이 잃어 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주인공은 그가 한 눈에 연쇄 살인범임을 알아챈다. 이렇게 설정 자체가 꽤 흥미롭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양상도 읽는 사람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간다. 


책을 읽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읽고 나니 영화 ‘메멘토’가 많이 생각났다. 순간 밖에 기억하지 못 하는 주인공은 온 몸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문신한다. 그 메모들을 따라 자신의 여행을 해나 간다. ‘살인자들의 기억법’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은 노트에 메모를 하고, 테이프에 녹음을 한다. 그렇게 자신을 기억하려 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하려 한다. 하지만 스러져 가는 기억을 붙잡을 수가 없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 흥미로운 소재,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하는 문체, 처음부터 극의 종반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이야기 구성. 겨울에 고구마 까 먹으면서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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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선대인 부소장님이 책을 나눠주신다는 말에 냉큼 이벤트에 응모해 당첨되어 받은 책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 
제목은 굉장히 부동산 투자 지침서 같은 책.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불만 중 하나가 제목이었다. 책에 있어서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데, 제목이 영,,, 고급스럽지가 못하다.

책 주셔서 감사해요 > _ <


최근 몇년사이 김광수 경제연구소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 열풍에 뛰어 들어 돈을 벌자고 눈이 벌겋게 되었던 그 때, 무슨 광야의 고독한 선지자차럼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부동산 버블에 대해 얘기했었다. 이 책은 그 동안 김광수연구소가 짧막한 논평으로 내놓았던 글들을 조금은 긴 호흡으로 엮은 책이다.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김광수연구소의 글들은 대부분 부동산 관련내용들이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지금은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부양책을 펼쳐 집값을 떠 받치려는 현재의 정부정책은 잘못 되었다. 그러나 정부.관료.학계.언론 등의 정보왜곡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시장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가 내용의 골자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짧은 글들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200여 페이지에 걸쳐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책은 크게 4 파트로 이뤄져있다. 1부에선 부동산 시장의 주요 지표들과 의미에 대해서,  2부는 부동산 시장 관련 지표들의 소스에 대해, 3부는 부동산 시장을 보는 기본적인 원리들에 대해, 4부는 부동산 시장 전망, 이렇게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책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어 있음을 천천히 설명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의 주장이 왜, 어떻게 틀렸는지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현재 주택은 공급부족인가? 지금 집값은 바닥을 찍었는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기회복세에 접어들면 집값은 오를 것인가? 김광수 연구소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왔던 사람이라면 크게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일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는 논평들에 비해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하다랄까. 풍부하게 제시된 통계들도 장점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노상 부동산 얘기를 한다. 가계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이다보니 누구나 부동산 얘기라면 귀를 쫑끗 세운다. 그리고 누구나 집값 떨어진단 소릴 듣기 싫어한다. 김광수 연구소는 참 끈질기게도 집값 떨어진다 소릴 해온 집단이다. 참 재수 없는 사람들인데, 이젠 이 사람들 얘기를 안 들을 수가 없게 됐다. 이들만큼 맞는 얘기를 하는 곳도 , 논리적으로 얘기 하는 곳도 별로 없으니... '손낙구 - 부동산 계급사회'와 함께 읽으면 내용 이해가 두배로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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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이야기, 내 이야기

서평 / 2009. 12. 15. 15:41

몰라서 못하고 알면서도 안하는 용서 이야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데이비드 스툽 (예수전도단,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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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그러하듯 난 누가 내게 용서를 구할 때 난 쉽게 용서한다고 말했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비싸게 굴 거 없잖아? 기독교 공동체에서 습관처럼 흔히 하는 말, ‘사랑하고 용서합니다’ 사실 그 친구가 내게 용서를 빌만큼 대단한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용서하고 자시고 할게 뭐 있기나 한가?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해보지 못한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 입에 발린 사랑일 수밖에 없는 거처럼 용서를 해본적 없는 내가 용서를 알리도 만무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그 동안 나를 보호하셔서 어렵게 누군가를 용서할 만한 상황에 놓여지지 않았었기에 용서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상처를 받고(그렇다고 느끼고) 누군가가 미워지고, 미워하는 게 힘들어서 그만 끝내고 싶어 '용서'라는 걸 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잘 안되고... 용서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용서를 하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렇게 쉽게 말해왔던 것 처럼 정말 '용서'한다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심지어 용서를 넘어서 사랑하란다)는 예수님의 말씀,,, 얼마나 무섭던지, 또 어찌나 저렇게 내 속도 모르고 저런 말을 했는지... 야속했다.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게 상처를 주고 나를 거절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를 잊고 환한 얼굴로 웃으며 '용서'한다는 것이, 용서하기로 마음 먹는 다는 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았다.

 이 책은 용서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알지만 하기가 너무 힘들어 용서하기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북돋우는 그런 용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차저차해서 당신,,,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용서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너무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바로 '나'를 위해서 용서를 하라고... 내가 상대를 미워하는 한은 언제까지고 상대에게 붙잡혀 살 수 밖에 없기에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려면 용서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교회를 다니며 수없이 많이 듣는 설교 중의 하나인 불의한 종에 대한 설교. 왕에게 탕감받은 자신의 빚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 빚진 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한 사람.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 속담까지 있을 정도면 이런 사람이 오죽 많겠냐. 저 불의한 종이 참 가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나나 그 사람이나 당신이나,,, 다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용서하셨기에, 내가 기도하듯이 ‘내가 내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준 것 같이 나의 죄를 사하여 주시길’ 바라기에 내가 용납받은, 그 용서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 내가 사랑받고 용서받았다는 사실. 그것이 참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다.

내가 상대를 용서하지 못 하는 것은 상대가 나의 '정의'를 어겼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사람이 명백히 잘못했고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 옳고 그름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침범받았기에 나는 더욱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상대가 마땅히 징계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하나님 앞에 얼마나 많은 죄를 용서받았을까. 나의 정의가 아무리 높기로서니 하나님보다 높을까. 내 기준이 얼마나 높기에 상대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인지. 하나님도 나를 용서하셨고 하나님도 그 사람을 용서하시는데 왜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 하느냐.

또 하나, 용서는 화해와는 분리되는 것이라는 말. 용서를 하기로 결정하며 가장 많이 용기를 얻은 말. 용서는 내가 하나님 앞에서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화해는 상대방의 사죄와 태도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선택하기를 주저하는 것은 용서와 화해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화해는 용서의 과정이후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 용서를 하고 싶지만 그 이후 그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 나를 망설이게 한 작지 않은 이유였다. 그래서 용서라는 과정을 시작하길 망설였다. 화해를 할 자신이 없어서...  하지만 이제 용서하기로 했다. 아직 화해는 힘들지만 일단은 용서부터 하자. 지금은 안 되지만, 조금씩 조금씩 용기를 내서 결국에는 화해까지 나아가는 것.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정말 간절히 권면하는 저자의 간절함보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더 그것을 바라고 계실 것이다.

책을 읽고 기도와 함께 하나님 앞에서 시간을 갖으며 오랜 시간 힘들게 지고 왔던 문제를 내려놓고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시고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묵상할 수 있었다. 내가 울며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다시 나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그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정말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TAG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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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가난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주제다. 가난과 씨름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가난이란 나쁜 것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들을 직면하기를 회피한다. 우리를 불편하게 그것들이 우리는 부담스럽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인데, 그것들을 직면하기를 회피 하면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이 책은 모두가 눈 돌리고 피하고자 하는 가난의 문제에 대면한다. 모두가 불편해 할 진실에 대해 말한다. 전 세계인구의 20%가 86%부를 소유하는 현실,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절대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세계의 절반인 이 상황은 가난이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구조의 문제인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가난의 구조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가난은 생산의 문제가 아닌 분배의 문제이며, 우리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문제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책은 가난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는 멜서스류의 시각을 비판한다. 인구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전쟁, 기아 등에 의한 인구조절이 필요하다는 멜서스의 주장은 일찌감치 그 타당성이 부인되었다. 그 이후, 산업혁명의 시기를 거치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생산능력은 인구증가율을 뛰어넘게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물질의 부족으로 제한받지 않을 만큼 풍족한 사회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과 빈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가난을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멜서스의 주장(전쟁, 기아가 인구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는 주장)이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이유다.

가난에 대한 멜서스류의 시각은 솔로우 경제성장 모형에도 일견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구증가율이 높을 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아진다는 솔로우 모델의 설명은 멜서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방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 고령화로 고심하고 있는 사회들에선 인구증가율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등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그 대책마련을 고심중이다. 높은 인구증가율은 경제성장에 해로운 것인가? 인구증가 - 시장확대 - 생산증대 촉진 - 경제성장의 매커니즘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나? 높은 인구증가율은 물자의 부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기아는 자연적 인구조절 수단으로 어쩔 수 없다는 멜서스류의 주장은 가난을 야기하는 구조의 문제를 굉장히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것이며, 우리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거나,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막는다.

소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굶주리는 아이들

국제곡물시장의 거래구조는 세계의 빈곤을 만들어내는 한 축으로 언급된다. 선물시장을 통해 거래될 때 농산물들은 굶주리고 있는 누군가의 먹거리가 아니라 국제 농업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상품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들의 이익을 위해 곡물은 분배되지 않고 축적되며 여전히 누군가는 굶주림에 허덕인다. 곡물시장의 국제적 분업에 의해 저개발 국가의 농민들은 그들의 농토에서 자신들이 먹을 양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선진국 국민들의 기호를 만족시켜줄 환금성 작물을 재배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그들이 생산한 것의 열매를 먹지 못하며 이렇게 얻은 수입으로 충분한 양식을 구입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specialization으로 인한 이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선 자국농민보호를 이유로 각종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의 정부가 자국의 산업에 대해 지급하는 일체의 보조금은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금지된다. 이런 왜곡으로 인해 상대우위에 의한 무역으로 양측이 모두 이익을 얻게 되기보다는, 저개발 국가는 선진국의 필요에 따라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을 일방적으로 떠 맞게 되었다. 또한, 선진국의 육류 소비를 위해 양육되는 소, 돼지 들의 사료로 사용되는 밀, 보리 등은 또 다른 곳에선 사람들의 주식이지만, 이들의 빈곤과 배고픔은 소, 돼지의 그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들이 가진 자본이 적기 때문에. 또, 바이오 에너지 등은 사탕수수 등 몇가지 곡물을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이로 인한 곡물의 구입은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식량의 몫을 줄인다.

우리는 이런 국제곡물시장의 구조가 빈곤과 굶주림의 원인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곡물시장, 선물거래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기를 원하고 그것이 어떻게 분배를 왜곡하며 굶주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가난은 안타까운 문제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체념과 포기가 담긴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체념과 포기를 걷어내고 빈곤과 굶주림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 해결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불편한 책이다. 가난에 얽힌 구조의 문제를 밝히고 우리는 우리가 기꺼이 나눌만큼 충분한 물질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잘 분배되지 않았고, 이것들을 해결함으로 우리는 많은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이 나온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고 그 동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렇다고 그 동안 세계의 상황이 더 나아지진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가난에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앞으론 밥을 남기지 않고 잘 먹겠다는 등 개인적 결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책의 메시지는 그런 개인적 차원의 결심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풍요가 누군가의 빈곤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복잡한 구조들을 통해 우리가 그들의 몫을 착취함으로 굶주림을 세계의 절반에서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하겠다.

“Warm Heart, Cool Head”란 말이 있다. A. Mashall이 한 말로, 가난을 해결하고 싶다면 경제학자는 가슴은 뜨꺼워야 하지만, 그것에 대한 사유는 냉철하여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는 가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기꺼이 해결하고자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감상적인 차원으로 접근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그 원인을 직시할 때에만 가능하고 이를 냉철하게 사유하여야 한다. 이렇게 구조를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에게 일반화된 말도 안되는 가난의 일상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 세계의 가난은 더 이상 일상적 삶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이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여 그 구조를 바꾸는 것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불편하게 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든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완벽한 대답이 되지는 못하지만, 도전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가 빈곤과 굶주림의 문제에 직면할 것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뜨거운 책이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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