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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가난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주제다. 가난과 씨름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가난이란 나쁜 것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들을 직면하기를 회피한다. 우리를 불편하게 그것들이 우리는 부담스럽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인데, 그것들을 직면하기를 회피 하면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이 책은 모두가 눈 돌리고 피하고자 하는 가난의 문제에 대면한다. 모두가 불편해 할 진실에 대해 말한다. 전 세계인구의 20%가 86%부를 소유하는 현실,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절대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세계의 절반인 이 상황은 가난이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구조의 문제인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가난의 구조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가난은 생산의 문제가 아닌 분배의 문제이며, 우리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문제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책은 가난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는 멜서스류의 시각을 비판한다. 인구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전쟁, 기아 등에 의한 인구조절이 필요하다는 멜서스의 주장은 일찌감치 그 타당성이 부인되었다. 그 이후, 산업혁명의 시기를 거치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생산능력은 인구증가율을 뛰어넘게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물질의 부족으로 제한받지 않을 만큼 풍족한 사회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과 빈곤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가난을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멜서스의 주장(전쟁, 기아가 인구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는 주장)이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이유다.

가난에 대한 멜서스류의 시각은 솔로우 경제성장 모형에도 일견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구증가율이 높을 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아진다는 솔로우 모델의 설명은 멜서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방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 고령화로 고심하고 있는 사회들에선 인구증가율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등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그 대책마련을 고심중이다. 높은 인구증가율은 경제성장에 해로운 것인가? 인구증가 - 시장확대 - 생산증대 촉진 - 경제성장의 매커니즘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는 없나? 높은 인구증가율은 물자의 부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기아는 자연적 인구조절 수단으로 어쩔 수 없다는 멜서스류의 주장은 가난을 야기하는 구조의 문제를 굉장히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것이며, 우리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거나,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막는다.

소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 굶주리는 아이들

국제곡물시장의 거래구조는 세계의 빈곤을 만들어내는 한 축으로 언급된다. 선물시장을 통해 거래될 때 농산물들은 굶주리고 있는 누군가의 먹거리가 아니라 국제 농업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상품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들의 이익을 위해 곡물은 분배되지 않고 축적되며 여전히 누군가는 굶주림에 허덕인다. 곡물시장의 국제적 분업에 의해 저개발 국가의 농민들은 그들의 농토에서 자신들이 먹을 양식을 생산하지 못하고 선진국 국민들의 기호를 만족시켜줄 환금성 작물을 재배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그들이 생산한 것의 열매를 먹지 못하며 이렇게 얻은 수입으로 충분한 양식을 구입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specialization으로 인한 이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선 자국농민보호를 이유로 각종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저개발 국가의 정부가 자국의 산업에 대해 지급하는 일체의 보조금은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금지된다. 이런 왜곡으로 인해 상대우위에 의한 무역으로 양측이 모두 이익을 얻게 되기보다는, 저개발 국가는 선진국의 필요에 따라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을 일방적으로 떠 맞게 되었다. 또한, 선진국의 육류 소비를 위해 양육되는 소, 돼지 들의 사료로 사용되는 밀, 보리 등은 또 다른 곳에선 사람들의 주식이지만, 이들의 빈곤과 배고픔은 소, 돼지의 그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들이 가진 자본이 적기 때문에. 또, 바이오 에너지 등은 사탕수수 등 몇가지 곡물을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이로 인한 곡물의 구입은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식량의 몫을 줄인다.

우리는 이런 국제곡물시장의 구조가 빈곤과 굶주림의 원인이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곡물시장, 선물거래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기를 원하고 그것이 어떻게 분배를 왜곡하며 굶주림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가난은 안타까운 문제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체념과 포기가 담긴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런 체념과 포기를 걷어내고 빈곤과 굶주림의 원인을 직시하고 그 해결을 위해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불편한 책이다. 가난에 얽힌 구조의 문제를 밝히고 우리는 우리가 기꺼이 나눌만큼 충분한 물질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잘 분배되지 않았고, 이것들을 해결함으로 우리는 많은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이 나온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고 그 동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렇다고 그 동안 세계의 상황이 더 나아지진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가난에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앞으론 밥을 남기지 않고 잘 먹겠다는 등 개인적 결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책의 메시지는 그런 개인적 차원의 결심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풍요가 누군가의 빈곤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복잡한 구조들을 통해 우리가 그들의 몫을 착취함으로 굶주림을 세계의 절반에서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 하겠다.

“Warm Heart, Cool Head”란 말이 있다. A. Mashall이 한 말로, 가난을 해결하고 싶다면 경제학자는 가슴은 뜨꺼워야 하지만, 그것에 대한 사유는 냉철하여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는 가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기꺼이 해결하고자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감상적인 차원으로 접근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그 원인을 직시할 때에만 가능하고 이를 냉철하게 사유하여야 한다. 이렇게 구조를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에게 일반화된 말도 안되는 가난의 일상화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 세계의 가난은 더 이상 일상적 삶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이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여 그 구조를 바꾸는 것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불편하게 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든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완벽한 대답이 되지는 못하지만, 도전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가 빈곤과 굶주림의 문제에 직면할 것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뜨거운 책이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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