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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4 히가시노 게이고 - 악의, 새벽거리에서, 성녀의 구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대학교 초년 시절, '호숫가 살인사건'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때는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게이고의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건 '용의자 x의 헌신'란 영화를 본 뒤다. 추리물에서 트릭이란 작품의 중추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추리물들이 독특한 트릭을 만드는 데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용의자 x의 헌신은 그 트릭에 주인공의 인생이 담겨 있었다. 주인공이 만들어 낸 트릭에서 그의 사랑, 외로움, 간절함이 느껴졌다.


연달아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보니 그의 특징이 더 명료하게 보였다. 그의 소설은 분명히 추리소설로 분류되지만, 게이고의 소설은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야기 뒤에 숨겨진 트릭, 비밀은 이야기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보통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극 초반에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들을 인터뷰 해나가고, 단서들을 조사해 나가면서 독자들이 트릭과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힌트들을 제공한다. 게이고의 소설은 다르다. 게이고의 소설은 분명히 추리물이지만 추리에 머리를 쓰기보다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오히려 극 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기도 한다(악의, 성녀의 구제). 아예 트릭까지도 알려준다(악의). 하지만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이 누그러지는 일은 없다.  게이고의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게이고는 범인과 트릭을 알려주는 대신 '동기'를 숨겨 둔다. '성녀의 구제'는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기도 전에 범인이 밝혀진다. 정확한 트릭은 이야기의 끝에 가서야 밝혀지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충분히 짐작을 하고 남음이 있다. 왜 범인은 저런 트릭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가. 어떻게 그는 범행의 동기를 갖게 되었는가. '악의' 역시 마찬가지다. 범인은 몇 가지 트릭을 쓰지만 경찰은 어렵지 않게 그를 잡아 낸다. 하지만 남아 있는 찝찝함... 이야기의 대부분은 경찰이 범인의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벽거리에서'는 끝까지 범인과 트릭을 숨겨 둔다. 그러나 역시 이야기의 핵심은 '동기'다. 왜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


세 소설을 비교해 보자면, '성녀의 구제'는 극의 반전이 놀랍다. 게이고의 소설이 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을 읽고 보면 제목이 가슴에 박힌다. '악의'는 게이고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동기에 대한 물음과 추적. 소설의 형식도 두 사람의 수필이 교차 편집되어 있는데,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악의와 거짓말들을 읽어 내는 재미가 있다. '새벽거리에서'는 세 소설들 중에 가장 이야기에 집중한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셋 중 가장 치밀하다. 


 한 동안 책을 손에 서 놓았는데 다시 좀 책을 읽어봐야 겠다 싶을 때, 다시 책에 재미를 붙이려고 할 때, 게이고의 소설은 추천할 만하다. 김전일과 코난의 추리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누가'가 아니라 '왜'를 묻는 추리소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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