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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99%'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1.03 1% 대 99%의 싸움이라고? 1%가 없어지면 행복해질까?
OWS가 이슈는 이슈다. 전세계가 난리다. 이런저런 분석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슬라보예 지젝(이름만 들어도 뭔가 어렵고 대단할 것 같은 학자)의 거리 연설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파레토의 20:80을 넘어 OWS는 1% 대 99%의 싸움이라는 새로운 판을 짰다. 아니, 예전부터 있었던 판에 새로운 이름만 붙인 거라고 할 수 있겠지. 근데 이 작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뭐만 하면 다 1%와 99%의 싸움이라고 선전을 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은 99%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거겠지.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부터 지겹게 들어왔던 말이 '탐욕'이다. 월가의 탐욕, 부정. 1%의 탐욕이 전세계를 파멸로 이끌었다! 그럼 그동안 99%는 뭘하고 있었던 건데? 1%가 탐욕에 빠져 전세계를 망치고 있는 동안 99%는 순결하게 있다가 당했던건가? 난 원래 돈벌고 싶은 맘 없었는데 1%가 하도 서브프라임 대출받아서 집사라니까 집산거고, 그런거야?그러니까, 순진하고 죄없는 99%에 대해 1%는 사죄하고 책임을 지라는 얘기야? 괜한 꼬투리인 건 안다. 이름부터 멋진 지젝님은 이건 단순한 탐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구조'라는 말은 표면적인 현상을 넘어 뭔가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는 듯 하고 대단해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하도 '구조'라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신선도는 좀 떨어진다. 어찌됐든, 몇명 월가 사람들의 탐욕이 문제가 아니라 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신자유주의'의 구조가 문제라는 얘기겠지. 그래서 지금 OWS는 각성한 99%가 분연히 떨쳐 일어나 1%에게 이 구조를 바꾸라고 외치고 있는 역사적인 사건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위의 결과, 1%가 없어졌다고 하면, 세상은 나아질까? 다른 1%가 생기겠지. 구조가 바뀌면 이런 일이 없을거라고? 파레토의 20:80법칙은 참 재밌는 점을 시사해준다. 쥐를 갖고 실험한 결과, 폭력적인 쥐들끼리만 모아 놔도 지배층 20%, 피지배층 80%가 생기고, 온순한 쥐들만 모아 놔도 결과는 마찬가지라지. 시스템 설계를 잘 해서 유토피아를 건설했다고 치면, 저 놈의 20%가 없어지겠냐는 말이다. 파레토의 20:80이 말하는 건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생물의 본능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판은 그 놈의 구조가 악랄해서 20:80이 아니라 1:99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아무리 판을 잘 짜봐야 20:80, 잘 나가는 놈: 못 나가는 놈의 이 판 자체가 깨질 일이 없겠다 싶다.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말했는데, 플라톤 같은 철학자로만 가득찬 세상이라도 1%는 반드시 생길꺼다. 지금 우리가 열심히 시위를 한 결과는 결국 1%의 비중을 조금 늘리는 게 되는거지 우리가 꿈꾸는 새판이 될 순 없다. 그리고 인간은, 내가 1%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면 굳이 이 판을 깨기보단 1%에 들어가려고 하는 존재인 것 같다. 아직 인생경험과 통찰이 한참 부족한 내가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1%가 99%를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1%가 떡고물을 갖고 99%를 구슬려서 너도 1%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은데....?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불만!!!!!!!!!!!!!!!!!!!!!!!!!!!!!!!
99%라고 당당히 밝히는 사람들!!! 도대체 왜 99%가 그 놈의 구조를 바꾸는 데 1%에게 애걸복걸 하는거야. 99%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거잖아. 근데, 99%를 갖고도 구조를 못 바꾼다고? 이 구조를 바꾸려면 1%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이런 뭐같은 경우가 있나. 99%라면, 1%의 동의 따위 없이 새 판을 짤 수 있어. 1%의 동의와 합의 하에 짜는 새 판? 그건 절대 지금과 다른 새 판이 될 수 없어. 또다른 매트릭스일 뿐이야. 난 절대 20:80의 구조를 깰 순 없을거라고 했지만, 혹시나'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1%와 함께 짜는 새판이란 것에선 그 '혹시나'하는 희망조차 품을 수 없어.

글을 다 쓰고보니, 내가 굉장히 급진적인 혁명주의자 혹은 염세주의자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그런 건 아니라고 변명할 맘은 없지만 나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 글을 읽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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