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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06 음모론은 재미있다



요즘 음모론에 대한 책들을 몇 권 읽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은 해석과 기호로 가득 차있다. 특히나 ‘푸코의 진자’는 음모론 그 자체에 대한 책이다. 성당기사단과 성배에 대한 음모론은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에코는 ‘푸코의 진자’에서 아예 음모 그 자체를 만들어 내버린다.




푸코의 진자 (1) 양장

저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0-09-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든 것은 외인부대 출신 아르덴틴 대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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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는 솔직히 읽기에 살짝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푸코의 진자’와 마찬가지로 성당기사단과 관련한 음모론을 다루는 ‘다빈치코드’는 비교적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계의 격렬한 대응과 함께 여러가지 이슈를 남기기도 했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는 내가 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다루고 있는 음모론의 엄밀성에선 ‘푸코의 진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작가 자체가 성당 기사단에 대해 그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진 않은 듯 하다.




다빈치 코드. 1

저자
댄 브라운 지음
출판사
문학수첩 | 2013-1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최신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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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음모론과 관련해 많이 알려진 책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화폐전쟁’이 있다. 중국에서도 처음 발매될 당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1,2권이 번역되어 출판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보다는 조금 못 했던 듯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 기축통화, 금융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실과 ‘중국에서 잘 나간다니까’ 하는 호기심 등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화폐전쟁

저자
쑹훙빙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07-2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화폐게임의 각도에서 서양 근대사와 금융발전사 해석, 미래 금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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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시 화폐전쟁이 한참 인기를 끌 때 1권을 열심히 읽다가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내가 왜 읽고 있는지 모르겠단 생각에 서둘러 책을 덮고 그 뒤로 이 책을 열심히 씹고 다녔다. 그러다 요즘 리디북스에서 1~4권(어느새 4권까지 나왔더라)을 세트로 묶어 팔길래 얼결에 사서 읽고 있다. 역시나 이건 너무 하지 않나 싶은 음모론이란 인상이 없지 않지만, 재미있기는 하다. 음모론이란게 본디 재미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리가 없다. (화폐전쟁이 다루고 있는 음모론의 주제 중 하나인 미국연방준비시스템에 대해서는 조만간에 포스팅을 하나 해야겠다.)


음모론은 PTB(Power That Be)를 가정한다. PTB는 배후세력이라고 말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음모론자들은 이 모든 사건들은 어떤 의도를 가진 절대권력집단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한다. 익히 알려진 

‘정사’와는 다른 시각으로 사건들을 해석한다. 그런데 이게 100% 거짓이라기보다는 10%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완전히 뻥이라고 내치기엔 찜찜한, 대략 그 정도의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재미있다.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음모론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다. 역사란게 일목요연하게 진행될리가 만무하다. 한 방향으로 가는 듯 하다가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고, 때로는 방향이 거꾸로 가는 것도 같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음모론은 기획자를 상정하고 있는 만큼 한 방향을 향해 명확한 서사를 갖고, 그렇게 역사를 흘려보낸다. 그리고 음모론은 사람 속에 있는 선민의식을 자극한다. 음모론을 통해 접하게된 그 비의가 나를 어느 순간엔가 메트릭스를 알게 된 레오로 만들어준다. 나를 음모론을 알지 못하는 세상사람들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어준다.


음모론은 성실하다. 역사 전반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단편의 사실들을 하나의 의도로 엮어 내는 것은 흔히 말하는 덕후기질이 없이는 하기 힘든 작업이다. 성당기사단과 프리메이슨에 대한 음모론에는 각종 기호와 상징, 신화가 넘쳐난다. 그것들을 기호학과 종교를 통해 해석하고 그것들을 역사적 사실과 엮어 내는 일이 보통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쑹훙빙의 ‘화폐전쟁’도 책 전반에 걸쳐 충실한 사료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책들 말고도 음모론과 관련한 책들을 읽다 보면 확실히 재미있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난 음모론자 체질은 아닌지 어느 순간이 되면 고개를 젓게 된다. 음모론자들은 만사를 너무 좋을대로만 생각한다. 음모론자는 너무 강한 확증편향을 갖고 있다. PTB의 존재에 대해 강력한 믿음을 갖고 매사를 해석한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게 인간이지만 음모론 속 PTB는 인간사 모든 일의 기획자가 된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그들의 능력이 무한하다.


프리메이슨과 국제금융권력과 관련한 음모론을 보면 경제의 부흥과 공황은 모두 국제금융권력의 계획 아래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1929년 대공황도 국제금융권력의 계획 중 하나일 뿐이다. 대공황은 경제학에 있어서 가장 큰 떡밥이라고 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 경제학자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공황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인지안이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것들이 다 대공황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느냐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다. 이 떡밥은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음모론자들에게 대공황은 아주 씸쁠하다. 로스차일드가 가라사대 ‘공황이 있으라’ 하시자 공황이 있었다라는 거다. 다시금 로스차일드가 공황이 끝나라라고 하시자 공황이 끝났다. 그들에게 주류 경제학자들은 모두 진실을 엄폐하고 있는, 권력에 대한 부역자들이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수년간의 연구와 수십페이지의 논문을 내어놓지만, 음모론자들에게 필요한 건 의심과 교묘한 질문 뿐이다. 그들이 내어 놓는 증거는 역사 속 인물 누군가의 모호한 말 한 마디 뿐이다.


그래도 음모론은 재미있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처럼, 무슨 뻥을 이렇게 치나 싶으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Posted by 눈감기 시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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